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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콜레스테롤 관리 기준, 완전히 달라졌다"... 더 낮게·더 빨리 치료해야 하는 이유 ①
지난 2026년 3월 미국심장학회(ACC)와 미국심장협회(AHA)가 콜레스테롤 관리 가이드라인을 전면 개정했다. 8년 만에 개정된 것으로 관련 수치를 더 낮게, 더 일찍 관리하라는 것이 내용의 핵심이다. 평소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정상 범위였더라도, 이제 그 기준을 다시 들여다볼 필요가 있게 됐다. 질환의 명칭부터 달라졌다. 기존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라는 명칭이 '이상지질혈증 관리'로 더 넓은 개념의 명칭으로 변경됐고, 관리 대상에도 LDL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중성지방과 '지단백(a)(LP(a))'까지 포함됐다. 위험도별 LDL 목표치는 네 단계로 세분화됐고, 위험도 평가와 약물치료 시작 연령도 30세로 앞당겨졌다. 이에 이상지질혈증의 개념부터 진단 기준, 가이드라인의 핵심 변화, 한국인 적용 시 유의점까지 순환기내과 정영훈 교수(중앙대학교 광명병원) 도움말로 자세히 알아본다.
가이드라인 핵심 ① 명칭 변경: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 → '이상지질혈증 관리'
이번 가이드라인의 핵심 변화는 용어 변경에서부터 드러난다. 기존 '혈중 콜레스테롤 관리'가 '이상지질혈증 관리'로 바뀐 것이다. 이는 질환 관리에 중점을 두는 부분이 근본적으로 바뀌었음을 의미한다.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속 지방 성분이나 지단백의 양과 질이 비정상적으로 변한 상태를 뜻한다. 초기에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을 통해 발견되는 경우가 많고, 이로 인해 방치되기 쉬운 질환이다. 하지만 이 경우 동맥경화와 심근경색, 뇌졸중 위험을 크게 높일 수 있다. 정영훈 교수는 "'고지혈증'은 대개 콜레스테롤이나 중성지방이 높다는 뜻으로 좁게 쓰이는 반면, '이상지질혈증'은 LDL 콜레스테롤 상승부터 중성지방 상승, 지단백(a) 상승까지, 동맥경화를 일으키는 지단백 이상 전체를 아우르는 더 넓은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이 제목 자체를 바꾼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지단백(a)는 콜레스테롤을 운반하는 지단백의 일종으로, 혈관 내 염증과 혈전 형성을 촉진해 심혈관 질환 위험을 높이는 핵심 인자 중 하나다.
이어 정 교수는 "지질 관리는 이제 단순히 'LDL 수치만 낮추는 치료'가 아니라, 어떤 지단백이 문제인지 살피고, 환자의 전체 심혈관 위험을 평가한 뒤, LDL 콜레스테롤뿐 아니라 중성지방과 Apo B, 지단백(a)까지 포함해 남아 있는 위험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확장됐다"고 덧붙였다.
가이드라인 핵심 ② 증상 없어도 위험... 이른 관리로 누적 노출 줄여야
이상지질혈증이 무서운 이유 중 하나는 초기에 거의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증상이 없더라도 장기간 동맥경화가 서서히 진행되고, 결국 혈전 생성으로 인한 합병증이 나타날 수 있다. △관상동맥질환 △협심증 △심근경색 △허혈성 뇌졸중 등이 대표적이다. 이외에 중성지방 수치가 높아지면 급성 췌장염까지 발생할 수 있고, 특히 지단백(a)은 심혈관질환뿐 아니라 대동맥 판막 질환 위험과도 연관된다.
정영훈 교수는 "이상지질혈증은 단순한 '수치 상의 문제'가 아니라 혈관 노화를 앞당기고 심혈관 사건을 일으키는 질환"이라며 "가이드라인도 늦게 크게 치료하는 것보다 일찍 관리를 시작하여 누적 노출을 줄이는 방향을 강조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에 이번 가이드라인은 30~79세 성인에게 'PREVENT-ACVD'라는 방정식을 사용해 10년 심혈관 위험을 평가하도록 권고한다. 치료 시작 연령이 크게 낮아진 셈이다. 정영훈 교수는 "동맥경화는 40~50대에 갑자기 생기는 병이 아니라 훨씬 이전부터 누적되는 질환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의 해로운 콜레스테롤 노출이 훗날 심혈관질환 위험의 강력한 결정 요인"이라며 "10년 위험이 낮더라도 젊은 사람에게서 LDL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가족력이 강하면 30년 위험을 함께 보아 조기 치료를 고려하도록 내용이 변경됐다"라고 덧붙였다.
특히 위험이 낮아 보이더라도 LDL 콜레스테롤 160~189mg/dL이거나 30년 심혈관질환 위험이 10% 이상이면 중등도 강도 스타틴을 고려하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가이드라인은 명시한다. 정 교수는 "'젊어서 약을 먹으면 당장 병이 줄어든다'는 단기적 관점이 아니라, 오랜 기간 LDL 노출을 줄이면 평생 누적 위험이 감소한다는 점이 이번 개정의 핵심 근거"라고 말했다.
가이드라인 핵심 ③ "위험도 높을수록 더 낮게"... LDL 목표치 네 단계로 세분화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가 위험도에 따라 네 단계로 세분화된 점과 치료 목표의 절대 수치가 등장한 것도 주요 변화 중 하나다. 과거에는 기존 수치에 비교하여 '몇 퍼센트'를 낮춰야 하는지가 중심이었지만 이와 함께 수치의 절대 목표치를 함께 관리할 것을 강조하고 있다. 정영훈 교수는 위험도에 따른 LDL 콜레스테롤 치료 목표치를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 경계 위험군(10년 심혈관질환 위험 3~5%)
약물 치료를 하기로 했다면 중등도 강도의 스타틴 사용을 고려하고 LDL 콜레스테롤 수치는 100mg/dL 미만, non-HDL 콜레스테롤은 130mg/dL를 목표로 한다.
• 중등도 위험군(10년 심혈관질환 위험 5~10%)
최소 중등도 강도의 스타틴 사용이 권고되며, 위험도가 높은 쪽이면 고강도의 스타틴도 고려한다. 치료 목표는 경계 위험군과 같다.
• 고위험군(10년 심혈관질환 위험 10% 이상)
고강도의 스타틴 사용이 권고되며 LDL 콜레스테롤은 70mg/dL, non-HDL 콜레스테롤은 100mg/dL를 목표로 한다. 그럼에도 목표 수치 도달이 어렵다면 에제티미브 사용을 추가로 고려한다.
• 초고위험군
최근 급성심근경색을 겪었거나 반복된 심근경색이나 허혈성 뇌졸중을 경험한 환자군으로 LDL 콜레스테롤의 관리 목표는 55mg/dL 이하까지 엄격해진다.
정영훈 교수는 "이런 치료 목표 수치들은 환자의 심혈관 질환 발생 위험이 높을수록 더 낮은 LDL 콜레스테롤에 도달해야 한다는 원칙을 보여준다"라며, "같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라도 저위험 환자에게는 큰 문제가 아닐 수 있지만, 초고위험 환자에게는 충분히 높은 수치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가이드라인 핵심 ④ 중성지방과 지단백 수치 강조
가이드라인은 중성지방과 지단백(a) 수치 관리에도 비중 둘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 배경에는 '잔여 위험'이라는 개념이 있다. 정영훈 교수는 '잔여 위험은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져도 심혈관 질환 위험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는 것을 뜻한다"며, "잔여 위험의 일부가 중성지방이 풍부한 Apo B, 지단백(a)와 같은 다른 죽상경화성 입자와 연관된다는 인식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단백(a)은 유전적으로 결정되는 경우가 많아 한 번만 측정해도 평생 위험도 평가에 큰 도움이 된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모든 성인에게 최소 1회 지단백(a) 측정을 권고한다. 정 교수는 "지단백(a)이 125nmol/L 이상이면 위험을 높이는 인자, 250nmol/L 이상이면 심혈관질환 위험이 약 2배, 430nmol/L 정도면 약 4배까지 높아질 수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인은 '대사증후군형' 패턴 많아... 심혈관 위험 더 넓게 봐야
미국심장학회와 미국심장협회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이지만, 한국인에게도 전반적인 원칙은 크게 다르지 않다. 다만 정영훈 교수는 "한국인에게 더 흔한 이상지질혈증의 패턴이 있고, 이에 따라 주의해야 할 합병증이 달라진다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설명했다. 한국인에서는 중상지방 상승과 낮은 HDL 콜레스테롤이 동반된 형태가 비교적 흔하고 특히, 남성에서 더 두드러진다.
정 교수는 "이런 패턴이 중요한 이유는 한국인에서 이상지질혈증이 다른 대사증후군과 매우 강하게 겹치기 때문"이라며 "한국 자료에 따르면 이상지질혈증 유병률은 당뇨병인 경우 87%, 고혈압이 있으면 72.4%, 복부비만인 경우 59%까지 올라갔다"고 말했다. 이를 '대사증후군형 이상지질혈증'이라고 표현한다. 정 교수는 이어 "이런 형태의 이상지질혈증이 흔한 만큼, 한국인에서는 심혈관 질환 위험을 넓게 보고, 중증 고중성지방혈증에서는 췌장염 예방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