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한 날씨에 야외 활동이 부쩍 늘어나는 봄, 당뇨병 환자에게는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한 시기다. 외출이 잦아질수록 발에 상처가 생길 위험도 커지는데, 당뇨병 환자에게는 사소한 상처조차 심각한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봄철 불청객인 미세먼지와 큰 일교차까지 더해지면 혈당 관리가 더욱 어려워질 수 있다. 봄철, 당뇨병 환자가 놓치지 말아야 할 건강 수칙을 가정의학과 박민수 원장(서울nd의원)과 함께 짚어봤다.

갑작스러운 활동량 증가, 당뇨발 부른다
봄철 야외 활동이 늘어나면서 당뇨병 환자에게는 발 건강 관리가 더욱 중요해진다. 특히 당뇨병성 말초혈관질환이나 말초신경병증을 앓고 있는 경우, 사소한 상처조차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박민수 원장은 "혈당 조절이 원활하지 않으면 발의 혈관이 손상되고, 신경 기능이 저하되는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생기기 쉽다"며, "이러한 상태에서는 발에 생긴 미세한 상처나 마찰을 제대로 느끼지 못해 치료 시기를 놓치기 쉽고, 감염이 빠르게 진행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특히 봄철에는 평소보다 활동량이 갑자기 늘어나면서 사용하지 않던 근육과 관절을 무리하게 쓰는 경우가 많다. 이때 발에 반복적으로 압력과 자극이 가해질 수 있는데, 감각이 둔한 상태라면 통증이나 열감조차 느끼지 못해 작은 물집이나 상처를 놓치기 쉽다. 이런 상처가 방치되면 궤양이나 감염으로 번져 '당뇨발'로 악화될 위험이 크다.

당뇨발은 당뇨병으로 인해 발에 발생하는 신경병증과 구조적 변형, 궤양, 감염 등을 아우르는 질환이다. 치료가 늦어지면 궤양이나 괴저로 발전하고 심한 경우 족부 절단, 사망까지 이어질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이탈리아 riace 전향적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족부질환 병력이 있는 당뇨병 환자는 모든 원인에 의한 사망 위험이 약 50% 더 높은 것으로 보고된 바 있다.

혈당 조절의 또 다른 변수, 미세먼지∙일교차
봄철이 되면 알레르기 유발 물질과 황사, 미세먼지 등 외부 자극 요소가 급증한다. 박민수 원장은 "꽃가루와 미세먼지로 인해 호흡기 염증이나 알레르기 반응이 심해지면, 신체에 스트레스가 가해져 혈당이 쉽게 상승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특히 연구에 따르면 미세먼지는 당뇨병 환자의 혈당 조절을 더욱 어렵게 만드는 요인이다. 서울대병원 박상민 교수팀의 연구에 따르면, 초미세먼지 농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한 사람은 2년 뒤 공복혈당과 ldl 콜레스테롤 수치가 유의미하게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건국대학교 연구팀은 미세먼지 노출이 인슐린 저항성을 높인다고 발표했으며,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이영구 교수팀은 당뇨병성 창상을 가진 실험용 쥐를 미세먼지에 노출했을 때, 상처 회복 속도가 현저히 느려졌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여기에 급격한 일교차도 혈당 관리에 영향을 미친다. 박 원장은 "일교차가 클수록 체온 조절이 어려워지고, 면역력이 저하되어 감기 등 급성 질환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고 설명하며, "감기에 걸리거나 열이 나면 혈당이 급격히 오르거나 변동 폭이 커질 수 있으므로, 평소 옷차림과 충분한 휴식에 신경 써야 한다"고 조언했다. 또한 "감기약이나 해열제 중 일부 성분은 혈당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복용 전 반드시 의사나 약사와 상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봄철 당뇨병 환자의 건강 관리 수칙 5
당뇨병 환자는 혈당 관리는 물론, 건강을 위협하는 다양한 요인에도 더욱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다음은 박민수 원장이 전하는 봄철에 특히 유의해야 할 당뇨병 관리 수칙이다.

1. 발 점검하기
하루에 3번 이상, 특히 격렬한 신체활동 후에는 반드시 발 상태를 꼼꼼히 점검해야 한다. 이때 물집이나 찰과상처럼 사소한 상처라도 발견되면 즉시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 당뇨병이 있다면 작은 상처도 치명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당뇨병성 신경병증이 있는 경우, 통증 감각이 둔해져 상처를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기 쉬워 더욱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2. 발을 편안하고 청결하게 유지하기
쿠션감이 좋은 신발을 착용해 발에 무리를 주지 않도록 한다. 새 신발은 짧은 시간부터 착용해 점차 착용 시간을 늘려가며 발 상태를 살펴야 한다. 양말은 두껍고 땀 흡수가 잘되며 통기성이 좋은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좋다.

무좀이나 굳은살이 있다면 피부과 치료를 받아 미리 관리해야 한다. 또한 외출 후에는 미온수로 발을 씻고, 발가락 사이까지 물기를 완전히 말린 후 보습제를 바르는 것이 중요하다. 실내에 있는 날에도 발 보습제를 활용해 마사지하는 습관을 들이면 당뇨발을 더욱 효과적으로 예방할 수 있다.

3. 운동 전∙후 혈당 확인하기
봄에는 운동량이 증가하면서 신체가 필요로 하는 에너지 수준이 달라지고 혈당 패턴 역시 변할 수 있다. 따라서 운동 전후에 반드시 혈당을 체크하고, 필요하다면 식사량 또는 약물·인슐린 용량 조절에 대해 주치의와 미리 상의하는 것이 좋다.

4. 외출 시 마스크∙물 챙기기
외출 전 미세먼지·황사 예보를 확인하고, 필요할 경우 마스크를 착용하여 호흡기 자극을 최소화해야 한다. 아울러 활동량이 늘면 체내 수분 소모도 함께 증가하므로 물을 상비하는 것이 좋다. 탈수 상태가 되면 혈액 내 혈당 농도가 상대적으로 높아질 수 있으므로, 갈증을 느끼기 전부터 수시로 물을 섭취하는 습관을 들이길 권한다.

5. 봄철 식욕 관리하기
신선한 제철 식재료는 건강에 좋지만, 과일은 당 함량이 높아 주의가 필요하다. 봄철에는 식욕이 증가하는 경우가 많아 더욱 주의해야 한다. 과일은 한 번에 많이 먹기보다 하루 여러 번, 소량씩 나누어 섭취하는 방식이 혈당 관리에 도움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