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경구용 피임약이 다낭성난소증후군(pcos, polycystic ovary syndrome)을 가진 여성에게서 제2형 당뇨병과 당뇨병 전증 위험을 감소시킨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영국 버밍엄대학교(university of birmingham) 연구팀은 6만 4,051명의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를 분석한 결과 일반인들에 비해 제2형 당뇨병 및 이상혈당증에 대한 위험이 약 2배 높은 것을 발견했다.
◇ ‘다낭성난소증후군’이란다낭성난소증후군(pcos, polycystic ovary syndrome)은 가임기 여성에게 흔하게 나타나는 내분비질환으로, 발병률은 약 5~10%에 달한다. 이 질환은 난소에 생기는 여러 개의 주머니(낭) 때문에 ‘다낭성난소증후군’이라고 명명되었다. 난소의 호르몬 이상으로 인해 남성 호르몬 분비가 증가하여 배란이 잘 이루어지지 않아 월경 불순, 다모증, 비만, 불임이 발생하고, 장기적으로 대사 증후군과도 연관되는 질환이다. 증상은 여성들마다 매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생리불순(무월경, 부정출혈 등), ▲체중증가(특히 허리, 배 중심형 비만), ▲피부질환(여드름 등), ▲고안드로겐혈증으로 인한 다모증, ▲자궁내막증, 난임, 불임 등 자궁질환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 ‘다낭성난소증후군’과 ‘당뇨병’의 상관관계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경우 인체의 세포가 인슐린 효과에 저항한다. 인슐린은 혈액 속의 포도당의 양을 일정하게 유지시키는 역할을 한다. 혈당이 증가하게 되면 이를 조절하기 위해 분비된 인슐린이 당을 혈관에서 세포로 유입시킨다. 세포가 이러한 인슐린의 효과에 저항하는 경우 당은 혈액 속에 축적되며, 췌장은 더 많은 인슐린을 분비하여 혈중 당 수치를 떨어뜨리려고 한다. 인슐린 저항성이 치료되지 않고 지속되면 당뇨병으로 진행된다. 이번 연구에 따르면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의 당뇨병 발병 위험은 과체중, 저체중, 정상체중 군에서 모두 비슷하게 나타났다. 이 결과는 체중이 아닌 다낭성난소증후군 자체가 당뇨병 위험을 증가시킨다는 것을 의미한다.
◇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는다낭성난소증후군에 걸리면 50~70%의 환자들에게는 비만이 동반된다. 체중의 2~5% 정도만 감소시켜도 대사와 생식 기능이 현저히 호전되기 때문에 비만한 다낭성난소증후군 환자에게 가장 중요한 치료는 체중 감량이다. 식이에 대한 정해진 지침은 없으나, 인슐린 분비량을 줄이기 위해서는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를 벗어나지 않도록 주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할 수 있는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면 인슐린 수치를 낮추는 데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치료는 경구용 피임약, 항안드로겐제 등 약물로 생리를 유도하는 방식이 주로 쓰인다. 경구용 피임약은 혈중 호르몬 이상을 교정하는 효과가 있는데 여드름 치유 효과와 자궁내막암을 예방하는 효과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 경구용 피임약의 효과연구진은 생리주기 조절을 위해 처방되는 경구용 피임약은 두 가지 메커니즘을 통해 항안드로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피임약의 에스트로겐 성분은 간에서 성호르몬 결합 글로불린의 생성을 증가시켜 안드로겐을 활성화시킬 수 있는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를 감소시킨다. 또한, 피임약에 함유되는 프로게스틴은 안드로겐 수용체 차단을 통해 항안드로겐 역할을 한다. 연구 결과, 경구 피임약을 복용한 환자들에서 제2형 당뇨병에 대한 위험은 16~17% 감소했으며, 이상혈당증 발병 확률은 28% 감소했다.
"다낭성난소증후군, 검사와 치료가 매우 중요하다"다낭성난소증후군은 나이에 상관없이 가임기 여성이라면 누구에게나 발병할 수 있는데, 최근 10대 청소년들의 발병률이 높아지고 있어 우려가 제기된다. 다낭성난소증후군은 심혈관질환, 자궁내막암, 불임 등 심각한 질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다낭성난소증후군이 있는 여성이 임신하는 경우 합병증 위험이 더 높기 때문에 의심증상이 보인다면 병원을 방문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해야 한다. 그러나 생리를 이제 막 시작한 청소년기에는 원래 생리주기가 불규칙하게 나타나기 때문에 증상을 바로 알아차리기 어렵다. 따라서 청소년을 포함한 모든 여성들은 주기적으로 산부인과 검사를 받는 것이 안전하다.